권리금과 보증금을 치르고 인테리어 견적까지 받은 뒤에야 "이 자리에서는 그 업종이 안 됩니다"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잔인한 순서입니다. 계약 전에 알 수 있었던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공간에서 영업이 성립하려면 몇 개의 관문을 차례로 통과해야 합니다. 자주 걸리는 유형만 짚어도 이렇습니다.
용도의 관문. 땅에는 용도지역이, 건물에는 건축물 용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전 임차인이 비슷한 장사를 했다는 사실이 내 업종의 허가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업종이 조금만 달라져도 요구되는 용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화조의 관문. 음식점이 가장 자주 막히는 자리입니다. 건물의 오수 처리 용량은 정해져 있고, 음식점은 다른 용도보다 큰 용량을 요구합니다. 같은 건물의 다른 업종들이 이미 용량을 나눠 쓰고 있다면, 내 몫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차의 관문. 용도를 바꾸면 법정 주차 대수가 다시 계산됩니다. 건물에 여유 주차가 없다면 용도 변경 자체가 막히기도 합니다.
소방·피난의 관문. 면적과 층, 출입구의 구조에 따라 요구 조건이 달라집니다. 특히 지하나 상층부의 다중이용 업종은 피난 동선 요건이 관건이 됩니다.
학교 앞의 관문.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는 일부 업종이 제한되거나 심의를 거칩니다. 경계선 근처라면 "대략 밖인 것 같다"는 감이 아니라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관문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공부(公簿)와 조례에서 계약 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확인에는 정직함이 필요합니다. 서류만으로 확정할 수 없는 값 — 이를테면 출입구가 지면과 바로 연결되는지 같은 것 — 은 현장이나 관할의 확인 없이 "통과"로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저희 확인 체계가 애매한 구간을 전부 "확인 필요"로 남기고, 관할에 그대로 물어볼 질문 문장까지 만들어 드리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안 되는 것을 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이 확인의 제1 원칙입니다.
계약 직전이라면, 도장을 찍기 전 3분만 먼저 쓰세요. 여덟 관문 중 어디가 열려 있고 어디가 확인 대상인지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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