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건물은 월 300에 나갔다는데요." 임대 조건을 정하는 자리에서 가장 자주 오가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는 빠진 것이 많습니다. 보증금이 얼마였는지, 렌트프리를 몇 달 줬는지, 관리비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이것들이 빠진 비교는 비교가 아니라 착시입니다.
숫자로 보면 분명해집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예시입니다. A안은 보증금 5,000만 원에 월 300만 원, B안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320만 원이지만 첫 3개월이 렌트프리라고 해 봅시다. 겉으로는 B안의 월세가 더 높습니다. 그런데 1년 기준으로 실제 수취액을 계산하면 A안은 3,600만 원, B안은 9개월치인 2,880만 원입니다. 여기에 보증금의 운용 가치까지 반영하면 간극은 더 벌어집니다. "월 320"이라는 명목만 보고 B안을 상단 사례로 삼아 내 조건을 정한다면, 시장보다 높은 자리에 스스로를 올려놓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유효임대료 — 보증금과 렌트프리, 관리비의 성격까지 반영해 환산한 실질 조건을 비교의 기준으로 씁니다. 명목이 아니라 유효 기준으로 올려놓으면, 흩어져 보이던 사례들이 하나의 범위 위에 정렬됩니다. 그 범위 위에서 내 조건이 어디에 있는지가 보이고, 그때 비로소 "올릴 수 있는가, 지켜야 하는가"의 판단이 가능해집니다.
이 기준의 쓸모는 협상에서 커집니다. 명목가를 지키고 싶은 임대인에게는 렌트프리를 조합해 실질을 조정하는 길이 있고, 초기 부담을 낮추고 싶은 임차인에게는 보증금 구조를 바꾸는 길이 있습니다. 같은 실질 부담을 만드는 서로 다른 조합 — 등가 조합을 손에 쥐면, 협상은 한 숫자를 놓고 밀고 당기는 일에서 조합을 고르는 일로 바뀝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이런 계산은 근거가 되는 사례와 기준값이 얇으면 오히려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저희 진단은 결과의 신뢰도를 별도 지표로 함께 보여 드리고, 신뢰도가 기준에 못 미치면 범위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근거가 얇을 때 숫자를 만들어 내지 않는 것 — 그것도 계산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조건이 유효 기준으로 시장의 어디쯤인지, 5분이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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